어떤 날 3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떤 날 3 이십대 때는 언제나 세상에 화가 나 있었고, 생활고에 시달렸다. 좀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부모님은 작아 보였고, 내가 구해줘야 할 슬픈 물고기들 같았다.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했고, 살아보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다 밤이 되면 혼자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고, 엎드려 시를 썼다. 이유없이 위축됐고 늘 시간에 쫓겼다. 너그러움과 미소를 잃었고, 오랫동안 피로했다. 친구를 만나면 입버릇처럼 한 달만 푹 쉬었으면, 아니 단 일주일이라도 쉬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빈둥거리며 쉴 거라고, 심심하다는 얘기를 하루에 열두 번쯤하며, 공들여 쉴 거라고 말이다. - 어떤 날 3 / 박연준 바캉스(vacance)의 어원은 비어 있다 는 뜻의 라틴어 바쿠..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