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 청명한 하늘, 친절한 사람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라고 해도 사실 나는 아직 하와이에 가본 적이 없는데, 좋아하는 사람들이 죄다 하와이를 좋아하고 하와이 얘길 많이 해서 이미 한번 갔다온 것 같고 볼만큼 다 본 것 같다. 다 아는 거 같고 다 본 것 같아도 한번쯤은 하와이에 꼭 가보고 싶다(기왕이면 신혼여행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한다면 나도 분명 이곳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달까? 뭐 그건 갔다온 다음에야 밝혀질 일이지만. 소설가 서진이 쓴 하와이 여행기 <파라다이스의 가격>을 읽으면서 역시 나는 하와이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저자와 아내 돌양은 하와이에서 2박 3일, 4박 5일도 아니고 자그마치 55일을 지냈다. 단 며칠 여행한 걸로 여행책을 쓰는 저자들이 넘쳐나는 것에 비하면 이 저자는 참 믿음직한데, 여행 초반에는 썩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비행기 표만 구해서 대책 없이 하와이에 온 바람에 여행 초반 며칠을 더럽고 붐비는 여행자 숙소에서 지내며 아내한테 잔소리 좀 들었고, 여행 자금도 넉넉지 않아서 숙소 일부를 민박으로 내주는 식으로 숙박비를 마련했다(궁여지책 치고는 참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래도 그 덕분에 스펙타클(?)하고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많이 생겨서 독자로서는 재미났다. 간간히 나오는 민박 손님들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없는 돈으로 알뜰살뜰 맛있는 것 해먹고 사먹는 젊은 부부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중고 가게에서 서핑보드 사고, 구제옷 사는 모습도 좋았고, 이 책의 절반은 서핑하는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일본 에노시마에서 처음으로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거친 파도와 맞서는 그네들의 모습이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기껏 여행왔는데 비가 와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나와 달리, 파도가 세다고 신나하던 그들의 모습이란! 내가 서퍼가 된다면 날씨의 절반을 더 즐길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하와이에 가보면 인생의 절반을 더 즐길 수 있겠구나. 지금의 나는 인생의 절반을 손해보고 있는 것이구나. 뭐 그런 깨달음을 주는 책. 인생의 절반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하와이에 꼭 가봐야지.
바다가 아름다운 것을 알기 위해서는 바닷속으로 들어가봐야 한다!소설가 서진의 55일간의 하와이 일기사람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는 어디에 있을까? 진짜 파라다이스는 과연 존재할까? 누군가는 파라다이스는 마음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누군가는 파라다이스 같은 건 없다고 주장한다. 소설가 서진은 어딘가에 실제로 파라다이스가 있을 거라고, 아니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다음에’ 언젠가 정말로 떠나볼 그곳, 파라다이스가 있어야만 일상을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는 파라다이스를 찾아 하와이로 떠났다. 55일간의 하와이 여행 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퇴근할 때 바다를 볼 수 있는 행복한 사람들,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날씨, 푸른 바다와 절경…… 하와이는 분명 파라다이스에 가까웠다. 동시에 완벽한 파라다이스는 하와이가 아닌, 세상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 소설가 서진은 다시 어디론가 떠날 꿈을 꾸고 있다. 어딘가에 있을 파라다이스를 찾아 나서기 위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그곳, 파라다이스의 가격이 얼마인가는 상관없다. 그곳의 존재를 믿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할 테니까 말이다.
프롤로그
1부 하와이의 홈리스 생활
Day 0 홈리스라도 좋아, 하와이를 다오
Day 1 I wish I have
Day 2 호스텔 침대의 주인들
Day 3 우쿨렐레 뮤지션, 조태준과의 만남
Day 4 와이키키 해파리의 습격
Day 5 발상의 전환, 와이키키 민박의 탄생
Day 6 노란 잠수함보다 좋은 집
2부 버스 타고 우쿨렐레
Day 7 Best of Best Bus driver
Day 8 라스베이거스에 가고 싶다는 하와이안
Day 9 젊은이들의 천국, 하와이의 차이나타운
Day 10 고래를 보고, 파티 버스를 타다
Day 11 얕은 바다에서도 빠져 죽을 수 있다
Day 12 물고기를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
Day 13 거꾸로 탈출기
Day 14 차이나타운에서의 알찬 하루
Day 15 쓰나미와 함께 찾아온 첫 손님
Day 16 해일이 온 다음날의 와이키키
Day 17 바디보드 출정식
Day 18 생애 최초의 관광 가이드
3부 와이키키라는 일상을 떠나
Day 19 여행 가이드에 나오지 않는 것들
Day 20 우리만의 장소를 찾아
Day 21 영혼의 돌, 블랙 록
Day 22 와이키키로 돌아오다
4부 바디서핑을 하던 날들
Day 23 보드 타는 강아지
Day 24 먹는 것은 중요하다
Day 25 읽는 것도 중요하다
Day 26 먹는 것은 더 중요하다
Day 27 남의 해변이 더 멋있어 보인다
Day 28 하와이에 비가 오면
Day 29 퇴근길의 서핑
Day 30 하와이식 아침 산책
Day 31 돌양의 파도타기 성공
5부 숨은 곳을 찾아서
Day 32 하와이대학교의 주인은 길고양이들
Day 33 길 없는 등산로를 개척하라
Day 34 온몸을 사로잡는 펠레의 의자 다이빙
Day 35 또다시, 펠레의 의자
Day 36 감상용 바다, 체험용 바다
Day 37 진짜 우동집 문을 열다
Day 38 세상에서 가장 긴 저녁식사
Day 39 파도타기는 전염된다
Day 40 30년 전으로 시간여행, 와일라나 커피 하우스
Day 41 드라마틱한 산행, 마노아 폭포
Day 42 주민들의 공간, 와이키키 도서관을 찾다
6부 그때가 바로 지금
Day 43 오아후 동남부 드라이브
Day 44 자동차가 사라졌다!
Day 45 곰치 발견!
Day 46 일렉트릭 해변에서 물고기들에게 포위당하다
Day 47 파도는 돌양도 웃게 만든다
Day 48 배터리 방전, 점프 스타트가 필요해
Day 49 바디보드와 작별하다
7부 아 후이 호우 A Hui Hou
Day 50 코알로하 우쿨렐레
Day 51 하와이대학 학생회관에는 맥주 바가 있다
Day 52 바다의 일부가 되는 법
Day 53 하와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요일
Day 54 공원에서 바비큐를
Day 55 아 후이 호우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