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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그곳에밤 여기의 노래|김애란 "그러니까 제 말은요. 그렇게 우연히 노래랑 나랑 만났는데, 또 너무 좋은데, 나는 내려야 하고, 그렇게 집에 가면서, 나는 그 노래 제목을 영영 알지 못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는 거예요." 용대가 물었다. "그럼 다 듣고 내리지 그랬어요." 그녀는 나이답지 않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런데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면요, 참 좋다, 좋은데, 나는 영영 그게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을 거라는, 바로 그 사실이 좋을 때가 있어요." 다 듣고 내리지 못한 노래. 생각도 잘 안나면서 잊을 수 없는 소리 말이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김연수 메타세쿼이아 한 그루. 밤 열 시의 산책. 호수 건너편 도시의 불빛. 거기에 묻다. 이 시에 나오는 여자친구가 누구니? 그랬더니, 착한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더라구요. 아휴, 당연히 착하겠지. 얘기해봐. 어떻게 만났는데? 무척 사랑했던 모양이지? 내가 물었죠. 맞아요. 그렇게요. 세상의 끝까지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요. 대니 드비토|황정은 가혹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아. 뭐가 가혹해. 예를 들어, 네가 죽어서 나한테 붙는다고 해도 나는 모를 거 아냐. 모를까. 모르지 않을까. 사랑으로, 알아차려봐. 농담이 아니라, 너는 나를 보는데 내가 너를 볼 수 없다면 너는 어떨거 같아. 쓸쓸하겠지. 그거 봐. 쓸쓸하다느니, 죽어서도 그런 걸 느껴야 한다면 가혹한 게 맞잖아. 나는 이생에 살면서 겪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 내가 죽을 때는 그것으로 끝이었으면 좋겠어. 이왕 죽는 거, 유령으로 남거나 다시 태어나 사는 일 없이, 말끔히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얘기야. 그건 너무 덧없다고 내가 말하자, 덧없는 편이낫다, 라는 것이 유도씨의 대답이었다. 죽어서도 남을 쓸쓸함이라면 덧없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죽어서도 남을 쓸쓸함이라면.
현대문학이 1993년부터 펴내고 있는 기획 시리즈물 2009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 2008년 6월부터 2009년 5월까지 각종 문예지(월, 계간)에 발표된 신작 중·단편소설들을 대상으로 하여 현장비평가 네 명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특정한 이념에 상관없이 선정, 수록했다. 작가의 예술혼이 짙게 배어 있는 좋은 소설을 작품의 완성도와 새로움의 성취도를 기준으로 선정, 소개하여 독자들의 올바른 문학관을 확립시킨다 는 취지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선정하였으며, 지난 1년간 한국소설 문단이 보여준 성과를 한눈에 가늠케 한다.

고은주, 「시나몬 스틱」
김경욱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김미월, 「정전停電의 시간」
김애란,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백가흠,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
서하진, 「침이 마르는 시간」
윤성희, 「웃는 동안」
이 홍, 「50번 도로의 룸미러」
편혜영, 「동일한 점심」
황정은, 「대니 드비토」